웨딩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시절, 단은 퀴어 커플의 촬영이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직장에 자신을 밝히지 않은 때였고, 직원과 대표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펴야 했다. 그 시간이 지나, 그는 지금 '퀴어 스냅 전문 사진가'로 불린다. 언젠가 퀴어 커플이 망설임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그 마음으로 이어온 작업이다.
프리즘타임스는 이번 호부터 포토그라피_단과 함께 월간 연재 〈오늘 우리는〉을 시작한다. 매달 한 사람, 한 커플, 혹은 한 공동체를 만나 사진과 이야기를 남기는 기록이다. 그 첫 회로, 카메라 뒤에 선 사람, 작가 단을 먼저 만났다.
포토그라피_단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포토그라피_단의 대표 작가, 단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맞춤, 맞잡은 손, 함께 웃는 순간을 바라보는 일을 좋아합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을 사진에 담아,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자주 꺼내볼 수 있는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퀴어 커플 스냅을 전문으로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언젠가 웨딩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웨딩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퀴어 커플 촬영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를 종종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직장에 커밍아웃하지 않은 상태여서, 직원들과 대표님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마음을 졸이곤 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언젠가 제 이름을 건 업체를 운영하게 된다면 퀴어 커플들이 망설임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후로 많은 퀴어 커플과 부부를 만나 촬영했고, 감사하게도 지금은 '퀴어 스냅 전문 사진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퀴어 커플이 '우리 사진을 남긴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시나요.
사진이 가진 여러 기능 가운데서도 저는 '기록'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퀴어로 살아가다 보면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자신을 숨기거나,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거나, 존재를 지워야 하는 순간을 겪습니다. 그래서 사진가로서, 또 퀴어 당사자로서 저는 '사진을 남긴다'는 행위 자체에 큰 의미를 둡니다. 사진은 어느 날 문득 꺼내 보았을 때 그 시절의 나와 우리를 기억하게 해주고, 우리가 분명히 존재했음을 증명해 주는 기록이 됩니다.
꼭 거창한 행사나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평범한 하루라도, 많은 분들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더 많이 남겨두셨으면 합니다.
다음 호부터 시작되는 월간 연재 〈오늘 우리는〉을 소개해 주세요. 매달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되나요.
〈오늘 우리는〉은 매달 한 사람, 한 커플, 혹은 하나의 공동체를 만나 사진과 이야기를 기록하는 연재입니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나 활동가뿐 아니라, 우리 곁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퀴어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얼굴을 드러낼 수 있고, 누군가는 안전을 위해 얼굴 없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그 안에는 분명한 삶과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퀴어들의 삶을 남기는 작은 아카이브가 되었으면 합니다.
연재에 등장할 분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나요.
기존에 촬영을 진행했던 분들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새로운 참여자를 모집해 작업을 이어갈 계획도 있습니다. 특별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퀴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함께 기록되고 싶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그것도 '지금' 기록하는 일이 왜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우리는 종종 특별한 순간만이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평범한 하루야말로 가장 먼저 사라지고 가장 늦게 기억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은 특별한 영웅이나 상징적인 인물을 기록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퀴어들의 삶을 남기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수년 뒤 누군가 이 기록을 보았을 때, "그때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랑하고, 일하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우리는〉에는 다양한 퀴어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듯, 퀴어들 또한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 삶의 방식이 모두 다릅니다. 어떤 이야기는 깊이 공감될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 세상 안에서 '퀴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 연재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남기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삶이 소중하듯, 이 연재 속 누군가의 삶 또한 하나의 소중한 이야기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