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유일의 LGBTQIA+ 상, 올해도 퀴어 시네마의 지형을 넓힌다
칸영화제의 독립 LGBTQIA+ 상 퀴어팜(Queer Palm)이 올해도 성소수자 서사와 젠더 규범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들을 조명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퀴어팜은 칸영화제 안에서 운영되는 유일한 LGBTQIA+ 상이다. 지금까지 15회 이상 진행되며 200편이 넘는 작품을 조명했고, 50명 이상의 심사위원과 30개국 이상의 영화인들이 이 상의 역사에 참여했다.
그동안 이 상은 세계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주목해왔다. 2013년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퀴어팜을 동시에 수상했다. 2018년에는 루카스 돈트 감독의 ‘걸(Girl)’이 퀴어팜과 황금카메라상을 함께 받으며 주목받았다. 2024년에는 산드야 수리 감독의 ‘Santosh’, 2025년에는 하프시아 헤르지 감독의 ‘La Petite Dernière’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행사는 2026년 칸영화제 기간인 5월 13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주최 측은 2026년 포스터도 공개했다. 포스터는 라야 마르티니의 프로젝트 ‘Kwir Nou Éxist’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레위니옹섬의 젊은 퀴어 공동체 형성과 이들이 지역의 역사, 앞선 세대의 삶과 맺는 관계를 담고 있다.
시상 외에도 신진 영화인을 지원하는 퀴어팜 랩(Queer Palm Lab)이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예비 장편영화 창작자 5명을 선발해 멘토링과 레지던시를 제공한다. 선발된 창작자들은 칸영화제 기간 열리는 ‘퀴어 마켓’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영화 산업 관계자들과 만날 기회를 얻는다.
퀴어팜의 의미는 성소수자 관련 작품을 별도로 분류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퀴어 영화는 종종 소수자의 삶을 다루는 ‘특정 장르’처럼 여겨져 왔지만, 최근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퀴어 시네마는 정체성뿐 아니라 가족, 이주, 계급, 종교, 권력, 폭력의 문제까지 함께 다룬다. 성소수자의 삶을 통해 사회 전체의 구조를 비추는 영화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퀴어팜은 칸영화제의 주변부에 놓인 별도 시상이라기보다, 세계 영화계가 무엇을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지 묻는 장치로 기능한다. 황금종려상이 영화적 성취를 겨룬다면, 퀴어팜은 그 성취 안에서 어떤 삶이 보이고 어떤 목소리가 아직 충분히 들리지 않는지를 묻는다.
칸이라는 세계 영화계의 상징적 무대에서 퀴어팜이 존재감을 이어가는 것은 퀴어 서사가 더 이상 주변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성소수자 재현과 젠더, 정체성의 문제는 이제 영화예술이 동시대 사회를 읽는 중요한 언어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