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 5월 19일 밤,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 홀. 부커상 재단은 인터내셔널 부문 2026년 수상작으로 대만 작가 양솽쯔(楊雙子, 42)의 『1938 타이완 여행기(臺灣漫遊錄)』를 호명했다. 번역은 대만계 미국인 작가 린킹(Lin King). 상금 5만 파운드는 두 사람이 균등하게 나눈다.

이번 수상은 세 개의 "최초"를 동시에 기록했다. 만다린 중국어 작품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첫 수상, 대만 작가와 대만계 미국인 번역가의 첫 수상, 그리고 동아시아의 '백합(百合)' 장르가 영국 최고 권위 번역문학상의 정점에 도달한 첫 사건이다. 동아시아 작가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은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 이후 10년 만이다.

심사위원장 나타샤 브라운(Natasha Brown)은 "로맨스이자 예리한 탈식민주의 소설로서 모두 성공을 거두는 이중의 위업"이라 평했다.

두 치즈의 1년

1938년 5월, 일본 나가사키 출신의 청년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식민지 대만에 도착한다. 통역으로 배정된 대만 여성 왕첸허(일본명 오 치즈루)는 같은 글자를 이름에 품은 박학하고 단정한 사람. 치즈코는 그에게 빠져들고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첸허는 가문이 정한 결혼을 앞두고, 어떤 거리도 좁히지 않는다. 두 여자의 1년을 따라가는 동안 독자는 식민자와 피식민자, 본가의 후계자와 서녀라는 권력의 비대칭이 가장 사적인 감정 안에서도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게 된다.

작품은 양솽쯔 본인이 1938년의 일본인 작가가 쓴 잊혀진 여행기를 "발견해 번역한" 것처럼 구성되어, 표지에 자신을 작가가 아닌 번역자로 적었다. 2020년 대만 초판 당시 이를 실재 식민지 시대 기록으로 믿은 독자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과 대만, 같은 제국의 다른 그림자

양솽쯔는 부커상 재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연결을 분명히 했다. "한국과 대만은 모두 한때 일본 제국의 식민지였지만, 한국인들은 역사를 일관되게 분노로 기억하는 반면, 대만인들은 거리감과 향수가 뒤섞인 훨씬 복잡한 감정으로 시기를 바라본다."

이 비교 자체가 소설의 골격이다. 치즈코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제국이 강제로 옮겨 심은 벚나무는 불쾌하지만, 아름다운 벚꽃에는 죄가 없다"는 식의 악의 없는, 그래서 더 불편한 발언은 한국 독자에게 일종의 데자뷔를 일으킨다. 같은 제국의 그림자 아래에서 결이 다르게 살아온 두 사회를, 양솽쯔는 통역사라는 인물을 통해 묻는다.

백합이 정점에 닿기까지

양솽쯔는 자신의 장르를 일관되게 "역사 백합물(歷史百合物)"로 호명해왔다. 백합(百合)은 두 여성 사이의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동아시아 서사 장르. 오랫동안 서브컬처와 상업장르 영역에 머물렀던 이 장르가, 식민주의와 권력의 정치적 무게까지 짊어진 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도달했다.

작가는 "젊은 여성, 동성애자, 하층민 등 사회적 가장자리에 속한 이들을 주인공으로 글을 쓴다"고 말한다. 가장자리에 있는 두 여성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드러나는 진실들이 있다는 믿음. '양솽쯔(楊雙子)'라는 필명은 2014년 작가가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와 함께 만들었고, 이듬해 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작가는 둘의 이름을 함께 짊어진 채 글을 이어왔다.

다음 주, 그는 한국에 온다

한국어판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지난해 11월 출판사 마티스블루를 통해 출간됐다(번역: 김이삭). 양솽쯔는 5월 28일 한국을 방문한다. 수상 9일 뒤, 한국 독자가 그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자리다.

작가는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대만의 정체성과 주권을 위한 투쟁"에 헌정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한 문장을 더 남겼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