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런던까지…창간 첫 주, 비어 있는 자리와 새로 열린 자리들
프리즘타임스가 창간한 첫 주, 한국과 세계가 퀴어의 삶에 닿은 다섯 장면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20년째 멈춰 있는 법과 4년째 닫힌 광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미국에서는 한 시대를 연 정치인이 떠났으며, 런던에서는 백합 장르가 세계문학의 정점에 도달했다.
프리즘타임스, 5월 17일 창간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국제 질병 분류에서 삭제했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같은 날, 프리즘타임스가 첫 페이지를 펼쳤다. 인권을 찬반으로 병치하는 보도, 타인의 언어로 해석된 삶 — 그 단절을 메우기 위해 기록을 시작한다.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오래 남는 기록을 위해.
차별금지법 권고 20년, 학술대회 열린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로부터 20년. 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인권법학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6월 19일 숙명여대 진리관에서 '차별금지법 권고 20년: 한국사회 현재적 쟁점과 차별금지법' 공동학술대회를 연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출범 100여 개에서 173개 단체로 확장됐고, 전국 14개 지역에 네트워크가 꾸려졌다.
바니 프랭크, 86세로 떠나다
5월 19일 밤, 메인주 자택. 1987년 세계 최초로 자발적 커밍아웃한 현직 국회의원, "Don't Ask, Don't Tell" 폐지와 도드-프랭크법을 이끈 바니 프랭크가 향년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마지막 인터뷰에서 남긴 후회는 단 한 문장이었다. "더 일찍 커밍아웃했어야 했다."
백합 장르,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
같은 날 밤 런던에서, 대만 작가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았다. 만다린 중국어 작품의 첫 수상, 동아시아 백합(百合) 장르의 첫 정점 도달이다. 동아시아 작가로는 2016년 한강 이후 10년 만. 식민지 대만의 일본인 작가와 대만인 통역사, 두 여성의 1년이 식민주의의 무게와 함께 호명됐다. 작가는 5월 28일 한국을 방문한다.
서울퀴어퍼레이드, 4년째 도로 위에서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6월 13일 남대문로·우정국로에서 열린다. 서울광장은 2023년부터 4년 연속 사용이 거절됐다. '연속성', '효율성', '대외적 신뢰성' 같은 매끈한 단어들 사이에 배제가 스며 있다. 매년 같은 입구 앞에서 같은 서류를 들고 같은 방식으로 돌아서는 과정, 그 지난한 반복 자체가 배제의 형태다.
이번 주의 시각
법은 20년째 멈춰 있고, 광장은 4년째 닫혀 있다. 한 시대의 정치인은 떠났고, 한 장르는 세계문학의 정점에 닿았다. 같은 한 주 안에서 어떤 자리는 비어 있고, 어떤 자리는 새롭게 열린다. 프리즘타임스는 그 빈 자리와 열린 자리를 모두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