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 잔디가 깔린다. 책이 펼쳐진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부대행사가 차려진다. 도시는 매년 봄 광장에 무엇을 들일지 결정하고, 시민들은 일년에 걸쳐 그 광장을 드나든다. 광장에 허용되고 들어서는 모든 것들은 도시가 ‘시민의 행복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공 리스트다.
그러나 그 ‘시민’에 해당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오는 6월 13일,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남대문로·우정국로 일대에서 열린다.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부터 종각역 5번 출구까지, 도심 한복판의 도로 위에서 부스와 무대와 행진이 또 한 번 펼쳐진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추산하는 참가 인원은 17만 명 이상. 올해 슬로건은 '교집합 — 다름을 연결로'다. 다름을 지우지 않고 연결한다는 문장이 무지갯빛 깃발 위로 펄럭일 예정이다.
그러나 이 장소는 조직위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다.
경합이라는 이름의 거절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유행기를 제외하고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려왔다. 광장은 축제의 자리였고, 자긍심이 가시화되는 도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조직위가 낸 서울광장 사용 신청서는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의 답변은 매년 비슷한 형태로 돌아온다.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 조례」에 따라 광장 사용 신고 순위가 겹칠 경우, 먼저 신청자끼리 조정을 거치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심의로 결정한다는 것. 위원회는 "광장 신고자의 성별·장애·정치적 이념·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동시에 "행사의 연속성과 효율성, 대외적 신뢰성" 등을 선정 기준으로 제시해 왔다.
그렇게 광장은 매년 다른 행사에 돌아갔다. 2023년에는 다른 단체의 문화축제가, 2024년에는 '책읽는 서울광장'이 같은 날짜에 배정됐다. 2024년 4월 12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동행마켓과 여행도서관을 포함한 '책읽는 서울광장' 행사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같은 자리를 두고 경합한 단체 중 하나는 '다시가정으로 무브먼트'였다. '다시 가정으로'. 이름 자체에 어떤 가정이 원형이고 어떤 가정은 그 원형에서 벗어난 것인지에 대한 전제가 깔려 있는 단체였다. 가족과 책. 차분하고 안전한 단어들이 광장을 채우는 동안, 퀴어퍼레이드는 도로로 밀려났다. 2025년에도, 2026년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차별이 아니라 행정이라는 답변. 그러나 4년 연속 같은 결과가 나올 때, 그것이 정말로 우연한 경합의 산물인지 질문이 남는다.
광장의 문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열리고 닫히는가, 아니면 어떤 존재 앞에서만 자주 닫히는가.
소외는 어떻게 행정의 언어로 번역되는가
배제는 종종 거친 거절의 형태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연속성', '효율성', '대외적 신뢰성' 같은 매끈한 단어들 사이에 스며 있다. 누구의 행사가 연속성이 있다고 인정되는가. 누구의 행사가 도시의 '대외적 신뢰성'에 부합한다고 평가되는가. 그 기준 안에서 이미 우리 사회가 어떤 존재를 중심으로 두고 어떤 존재를 주변으로 두는지가 결정된다.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 조례」가 명시한 차별 금지 원칙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원칙은 결과로 증명되지 않는다. 7년간 광장에 들어섰던 축제가 4년간 광장에 들어서지 못한다는 사실, 그 변화의 시기에 어떤 행정적 판단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위원회 회의록 너머에 남아 있다. 양선우 조직위원장은 지난 4월 15일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이 바뀌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외는 입구에서 거절당하는 일만이 아니다. 매년 같은 입구 앞에서 같은 서류를 들고 서고, 같은 방식으로 거절당하고, 그러면서 그 거절이 차별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설명을 듣는 과정, 그 지난한 반복 자체가 배제의 형태다.
다시, 도로 위에서
광장은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이어야 할 공간이다. 도시가 시민에게 내어주는 가장 상징적인 자리이고, 어떤 목소리가 도시의 중심에 설 수 있는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다. 그런데 어떤 시민의 축제는 광장에 들어서고, 어떤 시민의 축제는 4년째 차로에 머무른다. 어떤 존재는 광장의 잔디 위에서 환영받고, 어떤 존재는 매년 봄 같은 입구 앞에서 같은 방식으로 돌려보내진다.
다채로운 시공간이 매년 도로 한 켠으로 밀려나야만 확보된다면,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인가. 광장은 어떤 시민에게 열려 있고, 어떤 시민에게 닫혀 있는가. 존재의 가시화가 도시의 중심에서 허락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6월 13일, 17만 명이 다시 도로 위에 선다. 환영받지 못한 자리에서도 멈추지 않는 27년 차의 행진이다. 그러나 그 행진이 도로 위에 머무는 한, 어떤 존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광장에 대한 질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